
추운 새벽 부시시한 눈을 닦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.
양치질을 하다 거울을 보니
전날 회식으로 나의 몰골은 초췌하기만 하다.
그러다 문득 회식자리에서 실수한 일이 떠올랐다.
옆에 있던 입이 싸기로 소문난 김 차장에게
그동안 꾹꾹 눌러 왔던 마음이 술이 들어가니
울긋울긋 속에서 샘이 솟아 부장 욕을 한 바가지 했다.
그러고는 기억이 없다.
내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.
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.
창피함에 대한 웃음인지 통쾌함에 대한 웃음인지 알 수 없지만
꽤 기분이 괜찮았다.
열정으로 가득 찼던 나의 신입시절이 스처지나 간다.
새로운 마음으로 팀원들과 소통하며 이 한몸 바치겠노라 다짐했던 지난 날은 지나가고
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일상으로 하루가 시작된다.
그리고 3년 전 미국으로 아이와 아이엄마가 떠나고 아무도 없는 집을 들어온다.
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양치질을 하다가 잇몸사이로 피가 나왔다.
나는 그 부위를 가만히 바라보다 쌔게 더 쌔게 양치질을 한다.
끊임없이 피가 났지만 그 부위는 아프지 않았다.
오히려 양치질을 하면 할 수록 가슴이 저미어 왔다.
눈에서 눈물이 나왔다.
아픔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또 누군가는 없었다.
이것은 아픔이 아니다. 단지 내가 살고자하는 열정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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